2023. 5. 8. 10:55ㆍ영화
인간은 어쩌면 과거 나 자신의 모습에 미래를 유추하며 다가오지 않는 미래를 걱정하며 사는 동물이다.
살아가기 위해 과거의 사건들은 경험이 되어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나에게는 현재를 충분히 즐길 수 없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과거 나 자신의 모습에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현재를 살아가기 벅차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오르페오가 아르크투루스 행성으로 떠나가기 전 파니 핑크에게 말한다.
과거는 너의 뒤에 있는 너의 모습이고 미래는 너의 앞에 있는 너의 모습이야
과거와 미래는 항상 너와 함께하는 거야.
항상 "지금"이라는 시간만 가져.
파니핑크
줄거리
여자가 서른이 넘어서 결혼할 확률은 원자폭탄에 맞을 확률보다 낮다지만 여하튼 결혼이 하고 싶은
파니핑크는 과거 사귀었던 남자들과의 좋지 않은 기억에 다가올 새로운 관계에 대해서도 비관하고
심지어 미래마저 비관하게 된다.
에디트 피아프가 죽기 전 모르핀까지 맞으며 불렀던 Non, Je ne regrette rien 이 흐르며 그녀는 말한다. 아마도 나 자신조차 날 사랑하지 못할 것 같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염려로 가득한 파니핑크는 성스러운 죽음의 성녀 산타 무에르테에게 배우자에 대한 기도를
하고 돌아오던 중 엘리베이터에서 주술사 오르페오를 만난다.
멈춘 엘리베이터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기적을 목격한 파니핑크. 홀린 듯 명함에 적힌 방으로 찾아간다.




새로운 사람이 생길까 하는 질문에 오르페오는 파니에게 금발의
잘생기고 멋진 양복을 입고 자동차를 탄 남자를 만날 것이라 예언을 한다
.숫자 23이 그를 만나게 해 줄 것이라며..
다음 날 아침 기적처럼 파니핑크의 문을 두드린 새로운 건물 관리인 로타 슈티커.
금발에 아르마니 정장을 입은 그를 보자마자 파니핑크는 알아챈다.
운명의 상대라는 것을. 심지어 그의 자동차 넘버는 2323...
그렇게 파니핑크는 로타 슈티커에게 돌진한다.
이미 미래가 정해준 그와의 관계는 이미 그녀에게 기정사실이다.


파니핑크에게 장밋빛 인생을 점지해 준 오르페오는 정작 자신의 운명은 어찌하지 못하는가 보다.
밤에는 여장남자 가수이자 낮에서 점술가, 주술사인 오르페오는 밀린 집세에 쫓겨날 위기에 처해있다.
사랑하는 이는 돈 얘기에 정색을 하고.. 얼마 후 자신이 노래하는 술집에서 다른 젊은 남자와 키스를 하는
애인을 발견한다. 하지만 오르페오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조용히 눈물 흘리는 일뿐이다.



한편 발기장애를 앓는 아파트 관리인 로타 슈티커는 오늘도 떠나가는 여자를 잡지 못하고 그 화를 아파트의 입주민에게 풀듯 모두를 쫓아내려 한다. (아니면 원래 심성이 계산적이며 이기적인 듯)
하지만 사랑에 빠진 파니핑크는 로타 슈티커의 악행은 보이지 않고 파니에게 로타 오직 감미롭기만 하다..
그가 흘리는 눈물은 슬픔이고 그의 악행은 단지 행위 일 뿐.. 예언은 그녀를 확신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녀의 끊임없는 구애에도 일관적인 루타 슈티커에게 조바심을 느낀 파니핑크는 다시 한번 오르페오를 찾아간다.
그녀의 말을 듣던 오르페오는 사랑하는 이가 자신에게 찾아오는 주술을 다시 한번 시작한다. (자신의 밀린 방세를 해결할 방안)
거짓말처럼 다음 날 아침 자신의 침대에 누워있는 로타 슈티커를 발견한 그녀.
주술의 효험을 경험한 파니는 황홀한 아침을 보내게 되고 발기부전이었던 로타는 파니의 존경 가득한
애무에 다시 서는 기적을 경험한다.
고맙다 연거푸 말하는 로타 .. 하지만 그 끝에 하필 당신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후 로타는 별일
아니었다는 듯 다시 못다 한 잠에 빠져든다.

이 모든 것이 이루어졌구나.!!!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밝은 미래에 기분이 들뜬 파니는 로타를 위해 작은
이벤트를 준비한다. 로만에게 빌려준 차 트렁크에 속 옷만 입은 채 탄 파티.
하지만 차가 멈춰 선 곳에서 파니가 발견한 장면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와 자신의 차 안에서 섹스를 하고 있는 로타의 모습이다.
모든 것을 잃은 듯한 상실감과 좌절감에 속 옷차림으로 집으로 돌아온 파니는 문 앞에 쓰러진 오르페오를
발견한다. 모든 불행은 자신의 침대에 누워있는 오르페오의 예언 때문인 것 같다. 자신의 공간을 침범한 침입자가
돼버린 오르페오에게 심한 말을 늘어놓는 파니핑크, 하지만 반응이 없는 오르페오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놀란 파니는 예전에 들었던 주문을 오르페오에게 속삭인다. 기적처럼 깨어난 오르페오



죽음에 직면한 오르페오를 간호하며 자신이 지금까지 누렸던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고 진정으로 오르페오에게 헌신을 다한다.
아르크 투르스에서 불행을 수술하고 사랑을 찾아 지구로 다시 돌아왔다는 오르페오는 자신이 죽으면 아르크 투르스인들이 자신을 다시 데려갈 것이라 말한다.
죽음과 떠나갈 날을 기다리며 아니마와 아니무스가되어 현재와 오늘을 맘껏 즐기며 하루하루 충만한 생활을 하는 그들.

그리고 결국 오르페오는 현재를 즐기라는 말을 남긴 채 신화 속 아르곤호를 타고 아르크투루스 섬으로 떠나게 된다.






도리스 되리 감독

1955년 독일 하노버 출생, 미국 퍼시픽 대학에서 연극학과 연극 실기를 배우고 뉴욕에서 철학, 심리학을 전공 했
으며 독일로 돌아와 뮌헨의 국립영화 텔레비전 아카데미에서 영화 공부를 하는 등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도리스 되리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데뷔, 1982년 <마음의 중심에서>로 첫 장편 데뷔를 한다.
1986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 감독은 여러 소설과 동화책을 출간하고 칼럼에 오페라까지 제작하는
셀 수 없는 명함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포스트 파스빈더 세대를 이끄는 톱 클레스 감독이자 독일의 살이 있는 지식인으로 오퓔스 상, 독일 영화상, 바이에론 영화상, 베티나 폰 아르님 문학상, 몽블랑 문학상, 독일 펜 예술상, 독일 도서상 등을 수상했고, 독일 연방공화국
공로훈장과 카를 추커마잉어 메달을 받았다.
파니 핑크는 삶의 무료함을 외로움이란 단어로 묶어 정체된 삶을 살아간다.
외로움 속에서 끊임없이 타인으로 자신의 결핍을 채우려 하는 파니핑크를 보며 끊임없이 나 자신을 상기하게 된다.
프랑스 전 대통령 사르코지의 배우자 카를라 부르니는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은 사랑이라 답했다.
한때 그녀의 화려한 사교생활을 동경하며 사랑이 지루한 삶의 답이라 생각해 끊임없이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원했다. 하지만 사랑은 잠시의 흥분일 뿐 영원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성과의 흥분된 사랑)
난 이 영화를 보며 톨스토이를 느낄 수 있었다.
사랑은 기다리는 파니핑크를 보며 안나 카레니나를 느꼈고 오르페오가 떠난 뒤 현재를 즐기는 그녀를 보며
답은 사랑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안나 카레니나는 기차역에서 브론스키를 만나고 진정한 사랑의 열망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안나 카레니나의 결말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채 브론스키를 만났던 기차역세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사랑의 흥분은 답이 아니었다.단순한 사랑만을 원했던 안나는 변화에 순응하지 못했고 사랑불행했으며 결국 자살했다. 답은 사랑은 아니었던 것일까.? 그럼 과연 답은 무엇일까.?
영화에서 답은 현재를 즐기는 것이라 답한다. 아르페오는 아르쿠트르스 행성으로 떠나기 전 말한다.
없는 것이나 불가능한 것 잃은 것에 대한 불평, 항상 부족해하는 마음 그런 것이 아닌 흡족한 하루를 살라고.
과거는 너의 뒤에 있는 너의 모습이고
미래는 네 앞에 있는 너의 모습이야.
항상 '지금'이란 시간만 가져.
파니핑크 중
오르페오가 아르크투르스 행성으로 떠난 것인지 아니면 금을 가지고 도망을 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오르페오는 진정한 소통과 관계로 현재를 즐겁게 해줬고 그녀가 변화를 수용하는 삶을 살게 해줬고 시간과 더불어 사는 삶은 선물해 줬다. 죽음을 알게 해줬고 현재를 즐겁게 살아가는 것만으로 영원을 알려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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